▲ 2040 청주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일상생활권 개념도 (사진출처: 청주시)
기후변화는 폭염, 폭우, 폭설, 혹한, 가뭄, 산불 등 다양한 위기의 모습으로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지구적 봉쇄와 집합 금지 조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양식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도시의 리듬
우선 사회적 접촉을 기피하면서 이동량이 감소했다. 대중교통 이용률은 낮아진 반면 자동차, 개인이동수단, 그리고 공유모빌리티서비스의 이용률이 높아졌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급성장한 반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경기는 침체했다. 전통적인 관광지나 상업지역은 쇠퇴했으나, 오래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원도심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시 원도심 양림동‧동림동, 대전 철도관사촌 일원인 소제동, 공주 제민천 일원의 중학동이 그렇다.
소비패턴의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한 신용카드사의 카드소비실적 분석에 따르면, 전체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가 감소했다. 집과의 거리가 1~3㎞ 내에서는 9%, 3㎞ 이상 원거리에서는 12%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집주변 1㎞ 이내에서의 소비는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중고나라’가 지역생활 커뮤니티 앱인 ‘당근마켓’으로 진화했고, ‘학군’이나 ‘역세권’이 이제는 ‘슬세권’으로 재편됐다. 슬세권이란 슬리퍼를 신고 갈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놀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도시환경을 말한다. 주거지 선택의 가치가 자녀 교육이나 이동성에서 근린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 슬세권의 기원, 파리 15분 도시
슬세권의 이론적 배경은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의 모레노 교수가 처음 제창한‘15분 도시’이다. 파리시의 안 이달고 시장이 ‘내일의 도시 파리’정책 공약으로 받아들여 정책화했다. 도시를 15분 생활권으로 새롭게 조직화하는 것으로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100%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고,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가로, 200m 이내 녹색공간에 접근이 가능, 도로변 주차공간을 정원과 자전거 보관소 등으로 활용, 근거리 내 문화‧체육‧의료‧상업시설 조성, 학교 운동장을 녹색쉼터로 재정비 하는 등의 세부 정책이 담겨있다.
파리 15분 도시는 이후 새로운 도시계획의 조류로 확산되면서 미국 포틀랜드, 호주 멜버른 등의 글로벌 도시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서울시와 부산시가 추진 중이다.
▶ 청주시 일상생활권 구축
청주시는 올해 선제적으로 일상생활권 구축계획에 착수했다. 일상생활권은 포스코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도시공간구조이자, 동시에 청주시 전역을 ‘슬세권’으로 바꾸기 위한 도시 전략이다.
예를 들면, 퇴근길에 정육점에 들러 신선한 돼지고기를 사고, 저녁을 먹고 나서 유모차를 끌고 공원을 산책하고,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받으며, 도서관에서 가족들과 함께 책을 보고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시설과 공간을 조성하거나, 재배치하는 것이다.
청주시는 도농통합시로서의 특성이 있다. 지역에 따라 보행이 아닌 자전거나 자동차 이동의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청주의 어디에 살든지 가까이에서 근린상가, 의료 및 돌봄시설, 문화시설, 도서관, 공원 등을 도보나 자전거 등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쾌적하고 안전한 동네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의 실효성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청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내버스 노선개편 연구 용역, 스마트 도시계획 수립 용역, 빈집 실태조사 및 정비계획 수립 용역 등 관련 연구들과 협업하여 연구할 계획이다.
올해는 서원생활권을 시범사업으로 우선 구축하고, 내년도에 청주시 전역으로 확대하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 ‘도시’에서 ‘동네’로
일상생활권은 도시의 리듬을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에게 맞추기 위한 거대한 시도이자, 15분 보폭이라는 삶의 다른 속도를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자동차 이동으로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전부지만, 걷는 속도라면 우리는 사고의 위험도 없고, 배출가스도 내뿜지 않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자동차 안에서는 운전하는 나와 동석자뿐이지만, 걷는 길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포스크 코로나 시대 1인 가구는 증가할 것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전염병의 위협 또한 증가할 것이다. 도시는 이제 도시에서 동네로 공공서비스 제공의 단위를 좁히고, 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하며, 동시에 도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출발점에 있다.